登山

추락시 자일의 신장도 변수

곡우(穀雨) 2016. 9. 19. 23:43

바위 기초 교육을 받고 두 번째 멀티 등반에 참여했다.

백운대 남벽의 시인 신동엽의 길

9마디로 되어 있으며 우리는 등반인원이 많아 6마디로 마치고 특별한 크랙등반 한 마디를 더했다.

이 길은 원래 5.8~5.9등급의 난이도로 책정되었다고 하는데 공식 등급에 대한 이의가 많아 최근 다시 부여된 난이도는 5.10d까지 있다고 한다. 북한산의 인기있는 암벽루트라고 한다.

첫 번째와 두 번째 마디는 60자 반동을 꽉 채운다.

세 번째 마디부터 피치길이는 짧아졌다 길어졌다 하며 이어진다.

다섯 번째 확보점에 설치된 와이어링은 시급히 교체되어야 하겠다. 남아 있는 철사가닥이 절반도 되지 않아 보였다. 확보줄을 볼트에 걸어야되는 상태였지만 조망은 최고 위치였다. 암벽병풍 중간의 존재감과 적당한 높이에서 감상하는 여러 암봉들은 그야말로 절경관람이었다.

60자로 세 번의 하강을 하고 안전벨트를 풀었다.

 

세 번째 크랙등반에서 슬립을 먹었다.

크랙의 형태는 각도가 여유있고 홀드도 양호했으며 높이도 높지 않았다.

자일의 트랙이 크랭크형태였고, 선등확보자와의 시야는 중간의 바위에 막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슬립발생의 원인은 등반자의 부주의가 절대적이다.

홀드가 양호한 크랙에서 너무 쉽게 미끄러진 이유는 신체 균형이 확보되지 않았기 때문이겠고, 긴장감이 부족하기도 했다.

다만, 이런 경우의 추락은 다각도로 분석해보는 것이 좋겠다.

9밀리 자일의 UIAA기준 신장도는 10%로 규정되어 있다고 한다. 마디 전체 길이가 약 20미터였으므로 선등확보자와 등반자간 거리는 대략 17미터 정도였다. 비록 선등 확보자가 적정한 텐션을 유지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슬립 발생시 자일고유의 신장도인 1.7미터가 늘어난다는 뜻이다.

또한 변곡점의 퀵도르는 추락 발생시 지지형태가 변하게 된다. 선등확보자의 텐션 유지시에는 대개 카라비너와 자일의 마찰력에 의해 퀵도르는 선등확보자 쪽으로 뻗치게 되는 것이 일반적이나 추락 발생시에는 퀵도르가 등반자 쪽으로 뻗치게 될 것이다. 이때 퀵도르의 각도 변화로 인한 자일의 추락길이가 늘어나게 될 것이다.

그리고 크랭크 형태로 배치된 자일의 텐션은 변곡점 구간마다 다르게 나타날 것이다. 등반자와 첫번째 퀵도르까지 구간, 두 번째 변곡점에서부터 선등확보자까지는 수직구간이므로 두 구간의 텐션은 매우 긴장되어 있을 것이다. 첫 번째 퀵도르와 두 번째 퀵도르 사이의 구간은 수평구간이다. 이 구간의 텐션은 아무래도 수직구간보다 느슨할 것이다. 그러므로 이 구간의 신장도는 더 크게 발생할 것이다.

따라서 이런 경우의 추락은 최소 2미터 정도는 된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루어지는 등반의 변수는 온전히 등반자의 몫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