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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서홍관의 '백남기 사망진단서'가 의사들에게 던진 물음 ...

곡우(穀雨) 2016. 10. 4. 22:40

20161004일 경향 [시론]   서홍관 |의사·시인·한국금연운동협의회 회장

‘백남기 사망진단서’가 의사들에게 던진 물음

가슴이 뭉클했다. 후배들이 썼다는 ‘선배님들께 의사의 길을 묻습니다’라는 성명서를 읽었을 때 형언할 수 없는 감정이 나를 휘감았고,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후배들이 의사의 길을 고민할 때 나는 무엇을 하고 있었나?

지난 925일 백남기씨가 사망한 뒤 서울대병원에서 사망진단서가 발부됐다. 거기에는 직접 사인을 심폐정지, 사망의 종류를 병사로 기재했다. 검찰은 최초의 입원 당시 진단과 사망 시의 사인이 달라 사망원인을 확인하기 위해 부검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영장을 신청했다.

서울대 의대생들은 직접 사인으로 심폐정지를 쓰면 안된다는 것은 국가고시에도 출제될 정도로 기본적인 원칙이지만 버젓이 기재됐고, 사망의 종류는 외인사가 아닌 병사로 표기돼 있었던 점을 비판했다.

백씨는 2015 1114일 경찰의 물대포에 맞아 쓰러졌고, 서울대병원에 입원했고, CT를 비롯한 모든 검사를 통해 두개골 파열, 뇌의 경막하출혈로 진단됐다. 그리고 316일 동안 서울대병원의 집중 진료를 받은 후 사망했다. 서울대병원 측은 마지막에 신장기능이 나빠져서 병사로 썼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백씨의 신장기능 이상은 뇌출혈이 없었더라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므로, 사망진단서에는 그 선행 사인을 밝혔어야 한다.

의사라면 누구나 상식선에서 이해가 가지 않고 심지어 서울대 의대 학생들조차 납득할 수 없는 진단서는 누가 작성했을까? 2002년 대한의사협회가 낸 ‘세계의사회 윤리선언문집-국제의료윤리장전’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의사는 인격이나 자격에 결함이 있거나 허위 또는 기만을 자행하는 의사들을 거침없이 폭로해야 한다.

필자는 백씨의 사인이 병사로 기재되어 있다는 말을 듣고 그 진단서를 쓴 의사가 누군지 밝혀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백씨 딸의 증언에 의하면 서울대병원 레지던트 ㄱ씨가 ‘사망진단서가 내 이름으로 나가지만, 나는 권한이 없고 서울대병원 부원장과 신경외과 교수가 협의한 내용대로 써야 한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그의 말이 맞다면 그 레지던트는 본인의 뜻에도 어긋나는 진단서를 윗분들의 요구대로 쓴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잘못된 사망진단서를 강요하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이 문제에 대해 서울대병원을 책임지고 있는 서창석 원장이 답할 때라고 본다. 그는 지난 2월까지 박근혜 대통령 주치의를 지냈기 때문에 많은 의혹이 증폭됐고 이에 대해 해명할 필요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들은 과격한 시위를 한 백씨도 잘못이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백씨 행위의 정당성에 대해서는 사법부와 국회가 조사할 것이다. 설사 지나친 행위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경찰은 시위하는 국민을 살해해도 되는지, 의사는 그런 사람의 사망진단서는 왜곡해서 써도 정당한지, 검찰은 사망원인이 명백한 데도 부검을 해도 좋은가의 질문이 여전히 남는다.

공자는 이런 말씀을 하셨다. ‘삼군(三軍)의 장수는 빼앗을 수 있지만 한 필부의 뜻은 빼앗을 수가 없다.’ 삼군은 제후들이 가질 수 있는 가장 많은 군대라고 한다. 즉 그러한 막강한 군대를 가진 장수는 빼앗아 올 수 있지만 일개 필부의 뜻은 빼앗을 수 없다는 것이다. 평범하고 힘없는 국민의 존엄성을 표현한 이 글귀를 우리는 새겨야 하지 않을까?

후배들은 우리에게 요청한다. ‘전문가 윤리를 지켜오신 선배님들께서 이 사안에 대해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희가 소명으로 삼고자 하는 직업적 양심이 침해받은 사안에 대해 침묵하지 말아 주시기를 간절히 청합니다. 저희가 어떤 의사가 되어야 하는지 보여주십시오. 저희는 선배님들께서 보여주신 길을 따르겠습니다.

1948년 세계의사협회에서는 히포크라테스 정신을 이어받아 “(의사는) 나이, 질병, 종교, 인종, 성별, 국적, 정당, 종족, 성적 경향, 사회적 지위 등에 따른 차별을 하지 않는다’고 선언했다.

의사가 외압에 못 이겨 환자의 기본적인 권리도 보호해 주지 못하는 상황, 그리고 국가 중심병원인 서울대병원이 권력기관의 압력에 힘없이 무릎 꿇는 것을 원할 국민은 아무도 없다.

서울대 의대 학생들이 오늘 선배 의사들에게 묻고 있다. 정의로운 의사의 길이 무엇이냐고.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610032105035&code=990303#csidx4500c0144a43111a13cd957ed008b50
http://linkback.khan.co.kr/images/onebyone.gif?action_id=4500c0144a43111a13cd957ed008b50


이윤성 서울대병원·서울대의과대학 합동 특별조사위원회(특위) 위원장이 "외인사로 표기했어야 한다"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은 3일 서울대병원에서 브리핑을 열고 "백남기씨가 왜 사망했느냐를 한마디로 얘기하면 머리 손상으로 사망했다"며 "저보고 (사망진단서를) 쓰라고 했다면 외인사로 썼겠다"고 밝혔다.


** 같은 서울대 교수들인데도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