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나라 군대가 되었다?
터키에서 생산하려던 전차 '알다이'가 껍데기뿐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몸체는 한국에서 개발한 'K2흑표'전차를 사용하고
엔진은 오스트리아 엔진 전문기업에서 기술도입으로 생산하기로 했는데, 최근의 쿠데타 이후 강압정치로 인한 인권탄압이 문제되어 서방기업들이 자국정부의 수출 규제로 인해 터키는 알타이 전차를 생산하지 못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그동안 전해진 보도를 기억하기로 국내생산된 K2전차는 세계최고 수준이라는 말이 있었는데,
주요기능인 잠항기동시 물이 샌다는 보도가 있었고 최근 보도에서도 엔진과 변속기 체제인 파워팩에 결함이 발견되고 있어 완전 전력화에 장애가 되고 있다고 한다.
많은 국방비리를 기억하는 네티즌들이 비아냥거린다.
'당나라군대가 되었다'
군수산업은 특성상 완전한 개발이 민간산업에 비해 좀 더 어려운 것으로 이해되어진다.
선도개발 국가에서 통제를 많이 하므로 벤치마킹이나 기술도입에 어려움이 빈발한다는..
K2흑표 전차도 파워팩을 준다는 독일과의 진행이 매끄럽지 못해 문제가 있었지? 아마..
현재는 파워팩을 국내생산하고 있는데 완전하지 못하다니 답답한 독자 입장에서는 안타까운 생각이 들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서 의례히 이런 문제들을 접하면 군대의 방산비리가 연상되어 비난하고 지적질을 하는 것인데-
우리가 비하하는 '당나라 군대' 같다라고 하는 연원을 생각해본다.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우리 선조들은 중국에게 조공하고 복종하는 관계가 참 길게도 이어져 왔다.
중국을 대함에 있어 속시원한 역사는 고구려까지 올라가야 한다. 물론 고려 때 강감찬 장군의 살수 대첩이 있긴 하지만 그 상대는 만주족이었고 실상 만주족은 고구려 이전 역사에서 우리민족과 같은 집합체를 구성했던 사이이므로 밉기는 하지만 배척만 할 수 없는 대상이니 그들과의 전적을 자랑할만한 일이 아니다.
고구려를 치러왔던 수나라 당나라는 왕조를 물려가며 치른 전쟁에서 대패를 당하고 말았고 그 사건을 우리 역사에서 가장 자랑스러운 사실로 배워왔다.
수도없이 몰려와서 허망하게 죽어갔던 당나라 군인들은 왜 그토록 무력한 잡졸들이었을까?
당시 징집되었던 당나라 군인들은 자발적 의지없이 왕과 정치지도자들에게 그저 잡혀왔을 뿐인 머릿수 채우기용 군사들이었을 것이다.
중국역사에서 문화가 유난히 찬란했던 한시 속에서도 쉽게 느낄 수 있다. 국가가 징발하니 어쩔 수 없이 군인으로 끌려가는 정황이 묘사된 싯구들이 자주 보인다. 대부분 농경생활에 완전 고착되어 정벌욕 없던 한족 민초들이 억지로 이역만리 고구려를 침략하러 동원되었을 때, 그 군사들에게는 오로지 고향으로 무사귀환하는 것만이 최선의 희망이었을 것이다.
목숨 걸고 터전을 지키려는 고구려 방어군에게 의지없는 당나라침략군은 애초 상대될 수가 없었을 것이다. 죽기로 임하는 상대 앞에서 무기력한 군인은 아무리 숫자가 많아도 그저 허약한 잡졸들이니.
기세등등했던 이세민이 치욕스럽게 패퇴했던 침략전쟁은 고구려 역사의 빛나는 부분이고 후손인 우리민족은 그 역사를 가장 영광스럽게 기억하는 것이다.
이긴자는 패자를 비하하고 조롱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래서 우리 민족은 당나라군을 잡졸군대로 생각하는 것인데, 과연 당나라군대는 그토록 형편없었을까?
역사시대를 통틀어 중국인들이 가장 자랑스러워하는 시절이 당나라 때라고 한다.
삶의 만족도가 절대적인 풍요 빈곤의 기준과 별개로 상대적인 면이 존재하는 것으로 보면 이민족 대비 문물이 우월했던 당나라 시대는 확실히 그들의 자존심의 근거가 될 수 있다.
그 역사의 중심에 이세민과 그 가계가 있다. 중국인들이 자랑스러워한다는 '정관정요'는 그 시절의 역사서이다. 정관정요에서는 제도와 치세가 합리적이고 바람직한 이상을 추구하고 있다. 지금 이 시대에서 우리가 추종하는 서구문화처럼 당나라 문화는 선진국이었다.
그런 선진국의 군대라 할지라도,
막상 군인들이 잡졸이 될 수 밖에 없었던 원인은 식자라면 기본적으로 생각해봐야 한다.
엄격한 법체제하에서 당나라 군졸들은 징집을 피할 수 없었을 것이다. 끌려가긴 하지만 전장에서는 죽을 확률이 높아지는 전면에 나서려하지 않았을테고, 사역을 할 때도 몸을 사렸을 것이다.
그런 형태는 마지못해 끌려나와 안전하게 귀향할 생각 뿐인 군인들이 할 수 있는 당연한 행동 아니겠는가?
그런 그들이 전투에서 승리하기는 어려웠을테고 고구려 사람들에게는 한심한 잡졸들로 보였을 것이다.
1400년 전의 당시를 읽고 감응하면서 또한 당나라 잡졸들을 비하하는 우리들이다.
한심한 잡졸군대는 정치인들이 만드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