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행주대교를 달리면서 바라다보이는 북한산이다.
좋은 사진장비를 갖고 행주대교의 중간에서 바라보고싶은 마음이 일던 구도로 꽤 오래되었다.
사계절 중 가을색이 짙은 시월말쯤이면 어촌같은 근경에 참 잘 어울리는 산인데,
다리를 지나고 나면 언제나 바로 잊어버리고 말았다.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 누구나 그렇듯 아름다운 구도를 보면 오래 기억해두고 싶어한다.
그래서 사진을 찍는 것이고 이 그림은 꽤 그럴싸한 구도이다.
난 '산꾼'이라는 칭호를 받아 어울리는 사람들만큼 오랜 기간을 산에서 지내지도 않았고 전문 산악인들처럼 등산기술을 많이 습득하지도 않았다. 그냥 인간사와 자연사로 이루어지는 세상사 중 복잡하지 않은 자연사의 미관에 사람들이 쉽게 빨리듯 나도 바윗길, 단풍길의 아름다운 산에 발을 들여 놓기 좋아했던 하구많은 등산객 중 하나일 뿐이다.
뼈까지 오그라지는 느낌이었던 혹한의 겨울산을 제대로 맛보여주던 오대산 노인봉-
겨울등산에서 땀을 흘리면 동사의 지름길로 직행할 수 있음을 스스로 깨달았던 종주길의 두타청옥산-
추위에 몸이 동결되는 느낌으로 기다리던 폭설 덕유산의 일출 맞이-
폭우 급류에 몸을 맡겼던 여름 수락산의 오판-
한여름 바가지 땀을 흘리며 이어갔던 무릎 뼈마디가 닥닥거리던 오산종주-
올라가지도 못하고 내려가지도 못할 상황이었던 향로봉 어떤 릿지길에서의 고립감-
...
힘들고 어렵고 위험한 등산-
그 모든 것을 가까운 서울 산에서 접할 수 있다.
내가 북한산을 얼마나 좋아하는 것일까?
파란 하늘과 밝게 바라보이는 바윗면, 그리고 적절히 어우러진 녹음 혹은 단풍들의 그림에서 나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남들처럼 즐긴다.
자연의 아름다운 모습에 왜 같이 공감하는지는 모르겠다. 왜지???
(왜 수려한 모습을 우리는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일까?)
원근감이 봉우리의 높이를 왜곡시키고 있다.
그러나 스스로 프리즘을 만들어 왜곡한 모습의 아름다움을 찾는 우는 범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