登山

170521(일) 백운대써미트B, 코끼리크랙

곡우(穀雨) 2017. 5. 23. 00:41

[백운대 써미트B길, 그리고 코끼리크랙]

산머루산다래 산이야대장님 팀에서 함께 -


전날 서울신문 하프마라톤대회에 참여했다.

오버페이스를 경계하면서 최선을 다해 레이스를 마쳤다. 매일매일이 소중하니까... 

오후에 잠으로 피로를 회복하려 했으나 어쩐 일인지 잠을 이룰 수가 없다.


도선사주차장 0700분 도착 지침을 일산출발 대중교통으로는 불가능하다.

할 수 없이 중계동 형님댁에서 출발하기로 하고 밤에 찾아 들었다.

써미트길의 난이도에 대한 긴장감과 낮의 달리기 피로감이 절묘하게 배합?되었나 보다. 왜 잠에 들 수가 없는 걸까? 23시부터 06시까지 누워서 눈을 감고 있을 뿐이었다.


수유역에서 막내를 만나 토스트 하나씩으로 아침을 때웠다.

잠을 조금 밖에 못 잤다는 막내의 얼굴도 초췌하다. 그 팀의 루트도 빡세다는데...

못 자고, 못 먹고, 피곤하고~

빡센 등반을 위한 준비로 최악의 조건을 공유했다.



만경대 스타바위-

옛날에 저곳을 오르던 추억을 들려주시는 산이야대장님..


백운대 남면-

모든 크랙이 써미트산악회에 의해 등반로로 개척되어 있다.

A길부터 E길까지

묵향님이 '오늘따라 더 곧추 서있다'고 하시네..

저 곳 세 개 루트를 해야 한다는 긴장감에 나는 간밤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

정말 겁나는 각도로 서 있는 벽이다.


E길 옆의 김개남 장군길은 써미트길들보다 다정해? 보인다. ㅋ~

올 여름에 꼭 해보고 싶었던 길인데, 예정에 없던 써미트길을 하는 바람에 이제 김개남장군길은 언제 하게 될지 모르겠다. 아마도 전봉준이나 동학에 대한 충동적인 감정이입이 생겨나야 다시 백운대 남면을 찾게 되겠지...


오늘의 주관자- 산이야 대장님.

처음 뵙는데다 체구도 작지만 신뢰가 그냥 생긴다.

팀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이끄시니 맘이 편해진다.


산이야대장님의 첫마디 확보-

첫 마디는 아마도 5.8 ~5.9급이겠다.


세컨을 보는 리애님과는 톰과 제리처럼 계속 즐거운 다툼을 이어가신다.

두 분이 손을 맞춘지 4년여 된다고~

등반분위기는 절로 편해지고...


미세먼지가 없는 깨끗한 시정이다.

날씨가 더할 수 없이 좋아 바위하기에 최적이다.

확보점에 매달리는 자세는 사진에 담기 좋은데 햇빛도 순광으로 도와준다.


묵향님이 리딩한 E길-

그의 파트너인 사랑초님이 세컨으로 오르고 있다.

저 구간은 슬랩성 페이스로 11b정도의 난이도라 한다.


우리팀의 리애님이 두 번째 마디를 오르는 중-

등반자의 아랫쪽에 좋게 보이는 횡크랙 홀드는 웬만해선 잡으면 안되겠다.

벗겨지는 누룽지처럼 조만간에 떨어져 나갈 것 같다.

저 곳 이후부터는 노가다를 수행해야 한다.

레이백으로 그리고 또 레이백으로...


정상에서 산이야 대장님, 만경대를 배경으로-

4마디를 마치면 백운대 아래의 최상단에 도착한다. 4명이서 약 2시간 가량 걸린 것 같다.


나도 백운대를 배경으로 한 장-


 산이야대장님과 함께.

그리고 60자 두 번 하강.

선등자가 하강을 마치면 제일 먼저 할 일은 회수할 앞 자일을 확보링에 통과시킬 것-

(이것은 막내가 내게 주지시킨 사항. 중간에서 자일을 놓치는 사고를 예방하는 조치)


D길의 오버행을 돌파하는 석주님-

첫마디 확보점이 저 곳 오버행 바로 위에 있다.

사다리를 걸었으면 절대적으로 장비를 믿고 발로 힘차게 일어서야 한다.

그러면 오른 손으로 좋은 홀드를 잡을 수 있다.

코끼리크랙을 위해서 시간을 아끼기로 한다.

선등과 세컨만 두 마디를 오르고, 나머지 세 명은 한 마디씩으로 마쳤다.

2마디 구간의 미세크랙 페이스 공략은 다음에 해야...


하강은 왼쪽으로..

정상에 오르면 두 번의 60자 하강을 해야 한다.


숲 속에서 본 코끼리 크랙-

전면에서 바라보니 이렇게 생겼네..

사진으로 본 것 처럼 완전 수직이 아니라서 그나마 다행이다.


손가락재밍을 많이 해야 한다기에 미이라 테이핑을 했다.



산이야대장님의 선등으로 코끼리 사냥은 시작되고..


큰 크랙구간에서는 오른쪽 무릎으로 재밍하면 힘을 아끼면서 전진할 수 있다.

저 위치의 바로 앞에서 우측 아래로 나 있는 크랙이 있고 그 부위에서 왼발을 딛고 쉴 수가 있다.

등반자 뒤로 보이는 두 개의 캠 사이 구간이 가장 어렵다.

손을 칼처럼 세워서 깊게 넣고 손가락을 구부려 세우면 재밍이 된다.


현재의 등반자가 위치한 곳에는 아주 좋은 홀드가 숨어 있다.

그러나 발이 크랙에서 빠져 나오면 곤란해진다.


왔으니 나도 해보기로...


저 곳에서 왼발을 최대한 높이 올려 딛어야 한다.

크랙을 잡고 있는 왼손 바로 아래에까지 왼발을 올려 딛고(하이스텝 최대한으로..)

오른발을 오른쪽 작은 멍텅구리 크랙 건너편으로 보내 딛어야 하는데

내가 좀 쉽게 덤볐다가 슬립을 먹었다.

턱밑에 훈장을 달았다.


이 크랙루트는 상부 십여미터가 크럭스 구간이다.

이미 팔과 어깨힘은 다 빠졌고 복부에 힘도 걸리지 않아 발재밍이 그냥 풀려 버린다.

발재밍은 팔이 버텨줘야 유효한데 궁극적으로 팔의 펌핑은 실력에 반비례하지..

세 번 미끌어지고 올랐다.


아픈만큼 성숙해지자~


산이야대장님과 그 팀원분들-


*** 이 분들은 다음 주 일욜에 설악산 요반길 등반에 대비하여 연습 등반으로 오늘 행사를 한 것이다.

내가 코끼리크랙에 자극되어 끼워달라고 했는데 이 분들 남자 세 분은 모두 대장님들... 여자분들은 그 분들의 전담 빌레이어- 내가 오늘 멋도 모르고 최강팀에 끼어 들었다. ㅠㅠ

써미트 E길을 다시 위문에서 바라보니 꼭 올라봐야 할 곳으로 느껴진다.

백운대 남면벽의 상징성은 써미트 E길에 있어 보인다.

기회되면 써미트E길을 꼭 완등해보고 싶다. 비록 후등으로 올라야 하겠지만...

몇 달 뒤에 코끼리에도 다시 와봐야지...

'登山' 카테고리의 다른 글

170611 인수봉 거룡길  (0) 2017.06.12
수리산 매바위  (0) 2017.06.05
170514(일) 대둔산 대안(동심)길  (0) 2017.05.17
161106 노적봉 남면슬랩 하드프리  (0) 2016.12.07
등반의 기본 1  (0) 2016.1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