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24(수요일) 1100분,
수술 대기실에서 아이가 눈물을 찍어낸다.
아무것도 모르는 줄 알고 있었는데 속옷 다 벗고 소변 보라하고 모자 씌우고 인적사항 확인하는 절차 진행하니 저도 뭔가를 느끼는 모양이다. 불안하겠지.
밥을 잘 안먹어서 수술 받게 되었으니 수술 끝나고 나면 밥 잘 먹어야 된다고 말해줬더니 고개를 끄덕인다.
수술실 침대가 다가와서 아이를 옮겨 놓자니 나도 눈물이 나오고 울컥해진다. 아이와 눈을 마주하면 내 눈물을 보일까봐 아이의 등만 바라보며 수술실로 밀어 보냈다.
수술에 걸리는 시간은 한시간, 마취 때문에 좀 더 걸릴거라고 한다. 12시30분 정도면 회복실로 나오겠지.
화장실 거울에 비친 내 얼굴은 주름 꽉 낀 노인이다.
저것이 이제 겨우 아홉살인데..
늙은 애비한테 도움 받지 못하면서 성장해야 할 미래에 대한 두려움에 눈물이 주루륵 떨어진다.
간단한 수술이라고 하지만 아무도 대신해 줄 수 없는 자신이 스스로 감당해야 할 세상에서의 시련이다. 제발 좋은 결과를 갖고 나오기를 바란다.
1136분, 지금쯤은 아이의 눈에 작업을 시작했겠지? 제발 잘 해주시길~ 빈다.
농사짓는 마음으로 새끼들이 잘 자라주기를 바라지만 새끼 자라는 것이 부모 마음과 희망보다는 유전자가 시키는대로 된다는 것을 알았기에 잘 자라기를 바라는 마음마저도 부질없는데.. 그런데도 자꾸 눈물이 난다.
1338분 아이를 데리고 병실로 돌아왔다. 회복실에서 한시간을 같이 있었다.
양쪽 눈에 시술을 했는데 한쪽에만 거즈를 붙여놔서 한 쪽만 시술한줄 알았다. 환자가 답답할 것을 배려해서 한쪽은 가리지 않았다고 한다.
신경가닥을 당겨주는 수술이라고 하는데 그래도 피가 난다. 엄마를 찾으면서 눈물을 흘리면 피와 눈물이 섞여 나온다. 아직 집도의가 설명을 해주지 않았으나 간호사들의 특변한 언급이 없으니 수술은 무난했는갑다. 이로써 다행이다.
밥을 못 먹어서 허기지기도 하고 마취후유증으로 아이는 잠을 잔다. 지혈이 완전하게 될 때까지 잠을 자는 것도 좋겠지.. 두시간 금식기간이 끝나면 아이가 먹고 싶은 것을 같이 먹어야겠다.
오후에 담당의사선생님이 회진을 다녀갔다.
아이의 눈이 작아서 수술을 하는데 어려웠다고 하며 그래도 잘 되었다고 하신다.
그러면서 선생님이 나에게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하고 병실을 나가신다.
몇년동안 계속 만나왔는데 언제나 상냥한 인상에 친절한 모습이었고 이렇게 겸손하시기까지 하네...
정말 고마운 마음이다. 바깥 기온이 영하17도를 오르내리는 혹한의 날씨인데도 마음이 훈훈해진다.
오전에 안과에 내려가서 진찰을 받았다.
애 엄마가 아이 안경을 갖고 가버려서 잠시 황당했지만 의사선생님은 진찰도구 렌즈를 이용해서 아이의 눈을 확인했다. 상태가 좋다고 했다.
눈동자 안쪽이 양쪽 모두 빨갛다.
열흘 정도 기간동안 눈가리개 치료를 계속해야 한다. 좌우 교대로 한쪽 눈을 가리는 치료방법이다.
퇴원수속을 하는데 병원비가 114만원 나왔고 자부담은 8만원이 조금 안되었다.
5일동안 먹일 약을 병원에서 내주었다.
사시 치료는 재발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한다. 무려 25%정도라고...
재발하지 않아야 할테니 치료에 적극 응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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