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머루산다래 공지 등반-
참여자 : 곡우, 지에스님, 선호님 3명
사용장비 : 45자 2동, 퀵도르 15개(10피치에서 13개 사용), 캠 1조
다섯시, 이른 아침 쑥국새 소리가 들린다. 오랜만에 듣는 소리다. 여긴 아파트가 많은 곳인데 근처 공원에 있는 것일까?
까치들의 소리도 톤이 높다.
길바닥을 때려대는 차들의 타이어 소리 사이로 부지런한 새들의 소리가 청각의 공간을 채운다.
새벽-
인간들의 시장에선 물건값 흥정이 활발하고, 밤의 세계가 문을 닫는 숲에선 벌레를 취하려는 새들이 분주한 시간이다.
시장은 일요일엔 열지 않아 절간처럼 적막해지는데 숲엔 일요일이 없을 것이니 부지런한 새가 먼저 배를 채우고 있을 것이다. 날카로운 까치소리는 먹이를 다투는 생업 활동이겠지?
이내 도착한 선호님의 차에 타고 경유지를 생략, 바로 속리산 주차장으로 출발했다. 일산에서 단 둘이 출발이다. 지에스 형님은 전주에서 출발하여 현지에서 합류하기로 했다.
토욜까지는 장마철같았는데 하루밤을 지난 일욜 아침은 깔끔하진 않으나 비가 올 날 같지는 않다. 출발이 늦어져서 휴게소에서 아침식사를 하려했던 계획은 접고 간단한 햄버거로 때우고 열심히 달렸다.
세시간을 달리고서야 속리산 화북분소에 도착했다.
관우대장팀은 한시간이나 앞서 도착했다.
속리산 관리공단 화북분소는 경상도 상주군 관할이다. 충청도 보은군 관할의 법주사쪽엔 어떤지 모르겠으나 산의 반대쪽인 성불사쪽엔 주차장이 한가하다.
어프로치를 시작하는 묘에 노란 리번이 달려 있었다.
성불사 경내에 진입하는 길목에는 좌우로 사자 석상이 서 있고 석상의 바로 오른편에 두번째이자 마지막인 능선길 등산로 출입구가 있다.
우린 이걸 놓치고 성불사까지 지나면서 우측으로 계곡을 건넜다. 있는듯 없는듯한 발자욱을 따라 계곡옆을 따라 오르다 능선을 향해 길 없는 급경사를 치고 올랐는데 다행히 등산로에 합류할 수 있었다. 한 시간 가량 원시림을 탐험?했다.
묘지에서 1피치 시작하는 위치까지 이어지는 능선길은 한시간 정도를 올라야 하겠다.
능선길에서 시작하는 1피치에 암벽팀이 붙어 있다.
우회로를 따라 오르다보니 3피치?에서도 시작한지 얼마 안되는 팀이 붙어 있다.
크랙과 턱들이 멋진 곳은 4피치인가? 역시 그곳에도 등반팀이 붙어 있다.
5피치에서 등반중인 관우대장님 팀을 만났다.
우린 동판이 붙어있는 6피치 출발점에서 등반 준비를 했다.
6피치-
11시 방향으로 나 있는 좌향크랙을 레이백으로 올라야하는데 물이 흐르고 있고 왼발을 디뎌야하는 바윗면은 미끄럽다. 난도 낮은 곳에서 슬립하는 꼴상사 나기에 적당?한 곳이다.
10여미터를 오르면 나무들이 무성한 숲길에 들어서며 확보한다. 이후 릿지등산로를 60자 길이만큼 지나야 한다.
7피치-
직벽이다.
아랫부분에 횡방향 턱이 있고 위쪽은 320도 방향으로 덧장바위가 뻗어 있다. 쉽게 먹을 수 있는 구간처럼 보인다.
첫볼트와 두번째 볼트에 긴 슬링이 달려 있다.
첫볼트 위치가 퀵을 클립하기에 아슬아슬하다. 안전을 위해 볼트가 10센티만 낮은 곳에 있으면 좋을텐데..
몸빌레이가 필요한 곳이다. 첫볼트 부분에 있는 손끝 한마디 걸리는 턱은 일견 좋아보이나 각이 110도 정도이기 때문에 손가락 한마디로 당기기엔 내힘은 좀 부족하다.
오른손을 당겨 Lock off을 하고 한자반 높이의 왼손 홀드를 잡으면 되겠는데 발홀드가 없어 오른손이 터져버린다. 두번 실패 후 슬링을 잡고 통과했다.
다른 무브가 있는 건가?
전체 등반 중에 가장 어려웠다.
두번째 슬링은 전혀 의미가 없는데 왜 있는건지 모르겠다. 덧장바위의 손잡힘이 너무 좋기 때문이다.
직벽의 끝은 탁자처럼 평평한데 그 위에 올려진 바위를 다시 오른다. 오른쪽으로 돌아 오르게 되어 있는데 자일이 많이 꺽인다. 하강링은 다시 왼쪽으로 5미터 꺽인 곳에 있다. 피치 종료는 정상의 나무가 좋겠다. 나무 근처에 확보점을 따로 만들어 놓으면 좋겠는데??
15미터 하강을 하고 릿지길을 삼십여미터 걷는다.
8피치-
긴 두붓장을 약간 기울여 세워놓은 것 같은 바위다. 바윗면의 중간높이에 큰 구멍이 있다. 바닥에서 1/3높이까지엔 곰보처럼 구멍들이 많이 나 있다. 그래서 곰보바위인가보다.
곰보구멍들이 없어지는 위치부터 큰 구멍 아래까지의 몇미터 슬랩이 피치의 크럭스이다. 그 슬랩부분에는 손홀드가 없다. 그러나 밑에서 보기와 달리 센 슬랩이 아니다. 10a급 두 스텝을 진행하면 구멍에 손이 닿는다. 이후엔 쉬운 구간이다.
이 곳의 첫볼트 위치도 너무 높은 곳에 있다.
3미터 높이에 있는 곰보구멍에 캠을 설치하고 올랐다.
(곰보구멍에 캠을 활용하라는 취지인지?)
정상에 서면 건너편에 선주벽이 마주한다. 선주벽의 뒤로 문장대와 오른쪽으로 뻗어가는 능선이 조망된다.
15미터 하강하여 지저분한 릿지길에서 클라이밍 다운한다.
10피치-
루트의 하이라이트인 선주벽이다. 40미터가 꽉 차는 바윗면에는 여러형태의 크랙과 덧장바위, 동전만한 구멍들도 있고 슬랩도 있다. 종합선물세트!
앞에서 지방팀의 등반이 느려 길게 대기했다.
첫번째 퀵은 5미터 높이 크랙에 있는 하켄에 건다.
두번째 퀵도르를 건 후 수직 크랙 구간은 등반동작이 애매하다. 크랙의 중간에 2호캠을 넣었다. 상단의 돌출된 덧장부분을 잡고 왼쪽으로 2미터 가량 트래버스를 하는 하이스텝무브가 재미 있다.
볼트라인의 약간 왼쪽에 있는 세로 침니성크랙이 끝나는 부분부터는 1미터?마다 볼트가 있다. 너무나도 친절하다.
퀵도르 여덟번째였던가? 오른손에도 작은 구멍, 왼손에도 작은 구멍이 잡히는 부분- 루트의 크럭스였다.
이 구멍들은 오백원 동전크기 정도인데 왼손 구멍이 얕다. 왼손 구멍은 몸을 끌어 올리기에 손가락힘이 제대로 걸리지 않는다. 텐을 받고 말았다. 볼트에서 많이 진행된 곳이었다면 멋진 추락을 했을 것이다. 오른손 구멍을 버리고 좀 더 바깥쪽을 더듬어 작은 세로 크랙을 당기니 한마디 짝힘이 걸렸다. 루트파인딩 실패다. 툴툴거리면서 올랐다.
선주벽에서 재미있는 곳은 하이스텝 무브와 미세홀드 페이스 무브가 나오는 네 곳 정도?
45미터 자일이 딱 맞다.
10피치를 마치고 능선을 따라 오르고 동굴에 들어간다.
11피치-
왼쪽으로 나 있는 동굴을 빠져 나오면 이끼 낀 큰 침니가 있다. 등반자 머리 윗쪽의 크랙에 하켄이 하나 있다. 그 위에 보이는 볼트를 보면서 침니등반을 하면 되는데 하켄을 지나고 크랙에 0.5호캠을 넣고 가면 안전하다.
12피치-
볼트가 두 개인 직벽인데 역시 첫볼트 높이가 너무 높다.
하강-
하강포인트가 두 곳이다.
개념도에는 35미터라고 되어 있는데 우리가 가져간 자일은 두 동 모두 45미터인데 아주 적당했다.
하강링을 통과한 자일이 바윗턱에서 한번 꺽이고 바닥까지 오버행이다. 자일이 나란히 정리되지 않으면 회수하기 힘들다.
소감-
선주벽이 단 하나 뿐이었다는 아쉬움!!!
크게 힘을 써야하는 곳이 없어 등반 후 피로도가 크지 않았다. 선주벽은 페이스등반 구간이라서 여성들에게 선호될 것 같다.
생초보자들이 많이 붙는 것 같다. 초반 5피치를 생략했는데도 종료시점은 하산하기에 맞는 시각이었다. 시간이 많이 걸리는 길이기도 하고, 앞 팀의 등반을 구경하는 대기시간을 충분히 준비?해야 하겠다.
릿지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