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엿보기

펜스 룰은 감기약이다.

곡우(穀雨) 2018. 3. 7. 13:45

'펜스 룰'이란?

미국 부통령이었던 마이크 펜스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가지고 있던 '아내 외에는 어떤 여자와도 단둘이 식사하지 않는다'라는 수신철칙이라고 한다.


미국에서 시작된 '미투'가 한국사회를 뒤집어 놓고 있다.

민주당의 차기 대권 유력 주자 중 한 사람인 안희정 충남지사가 수행여비서를 성추행했다는 피해자의 폭로로 인해 세상이 난리가 났다. 

또 다른 민주당의 차기 유력 주자 중 한 사람인 정봉주 전의원에 대한 여기자의 '미투' 폭로가 이어서 터져 나왔다. 

박근혜 대통령의 미국 방문을 수행하던 윤창중 대변인의 성추행 사건에 대해 많은 비난을 하던 민주당 지지자들에게는 멘붕이다. 


지금 한국사회는 '적폐청산' 작업의 중간에서 자연스럽게 '정의' 의식이 솟구치고 있다. 오랜 세월동안 바닥에 내동이쳐져있던 이 나라의 도덕관념이 '미투'로 인해 일으켜지고 있는 것 같다.

근본적으로는 소통의 형태가 바뀌는 중인 것 같다. 유교적 정신 체계가 만들어 왔던 수직적 리더쉽에서 수평적 리더쉽을 원하는 사회로 변화하고 있는 중이므로 기존 관념에 젖어 있는 남성 구성원들에게 힘든 시기이겠다.


좀 웃기는 건, 일부 남성 사회에서 여자들에 대한 조심이 도를 넘어 기피로 이어지고 있는 모양이다.

회사가 직원을 선발할 때 여성 숫자를 줄인다든지 회식 자리를 없애거나 여직원과의 대면 자체를 피하는 일도 많아졌다고 한다.

자못 현명하다는 생각으로 제시하는 '펜스 룰'도 막상 제시하는 기자의 생각은 여성기피 의식의 범주를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싯점이 싯점이니만큼...


남자들끼리 모이는 자리의 분위기를 편하게 하는 것은 주로 음담패설이다.

옛날부터 내려오는 아주 특별한 효과를 내는 방법인데 모임에 여성이 끼어 있다면 바로 성희롱이 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자들은 대체적으로 이런 분위기에서도 성적 우월감을 느끼게 된다.

그러다보니 여성을 내려다보는 상황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것 아니겠는가?

그렇게 무의식중에 형성된 남녀 상하개념이 때로 성추행으로 이어지게 되는 것 아닐까?

상관이 부하를 성추행하는 일들 말이다.


어쩌면 감기약을 먹듯 '펜스 룰'이 이 시대의 한국 남자들에게 복용되어야 할 약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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