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채릉 산행기
여름 덕유를 친구에게 권한건 며칠 전 이었다.
장마로 아무래도 불안하던차 아니다다를까 산행취소 통보가
날아왔다.
대안으로 선정한 여름산행 두타청옥도 인원적음으로 취소되었다.
양재로 나가 아무차나 잡기로 했다.
정말이지 이건
'묻지마' 산행이다.
23시, 이미 만차가 된 버스에 사정해서 자리 하나를 얻어냈다.
산악회대장이 주간산행으로 피곤했음에도 자신의 자리를 양보한
것이다.
친구를 배려한 멋있는 대장-
특별석에 앉아 배낭에 기대어 잠을 청한다.
03시무렵 어둠을 달린 버스가 설악동에 산꾼들을 풀어놓자마자,
익숙한 대장은 산꾼들을 자신의 코스로 안내한다.
나중에
알고 보니 매표소 직전에서 권금성 아래쪽으로 진입한 것이다.
헤드랜턴에 의지하여 시작한 소토왕골 입산은 평이했으나...
계곡에서 오름을 계속하던 중 만난 물골은 규모는 그리 크지 않지만 폭포임에
틀림없으리라-
폭포의 우측경사면에 붙어 오르던 중 안개속에 슬며시 눈더듬은 좌측의 산 형체는 무시무시한 벽?이다.
오랜 입산통제로 인해 사라져가는 등산로는 이미 이끼로 미끄럽고 나뭇가지는 앞 사람이 지날 때마다 수시로 머리를 후려친다.
비오듯 흐르는 땀을 훔쳐가며 급경사를 오르고 오르던 중, 어둠이 걷혀진다.
험악한 기상환경이 만들어 내는 키 작은 나무들과 고사목, 바람에 씻겨진 암봉들은 이미 천미터이상의 고산지대임을
가르쳐준다.
비선대에서 마등령 오르기보다 더했으면 더했지 못하지 않을 땀품을 팔고서 칠성봉 능선에 발도장을 찍으니 시원상쾌하기 이를데
없다.
칠성봉 아래부근의 암봉 서편엔 솜다리들이 모여 있다. 서식처로 보편적인 환경이었는데 막상 개체수가 많지 않다. 이쁜 놈 찾기를 포기했다.
무려 4시간을 오른 칠성봉은 흘린 땀에 서운치 않게 암릉산행의 진수를 선사한다.
화채봉 방향으로의 루트는 용아의 암릉미를 연상케 하는데,
발아래에서 구름위로 불거져 오른 침봉들이 너무도 가까워 사진에서 본 계림을 떠오르게 한다.
디카에 담을 빛이 모자람이 너무 아쉽다.
구름속에서 진행되는 신비한 등산로는 사람의 길이 아닌 것 같다.
공룡능선이 구름위에서 제 모습을 보여준다.
그래! 바로 이거야!
머리속에 상상한지 몇년이었던 화채봉 공룡전망이 드디어 시현되었다.
운해 공룡!!!
안개비가 내외설악에 운해의 조건을 형성한 모양이다.
솜같은 흰구름이 설악을 온통 감싸고 있다.
좀 희미한 아침빛살이긴 하지만 수없는 날들의 상상이 내 작은 디카에 잡혀주었다.
지나온 칠성봉능선도 운해위에 신비하게 떠 있다.
09시30분 무렵 화채봉 정상에 닿았다.
또 다른 구름을 머리에 인 대청의 발아래 내외설악은 모두 운해에 잠들어 있다.
다만 공룡조망을 꿈꿔온
산꾼에 대한 배려?로 고봉들만이 하얀도화지위에 도드라져 있고,
운좋은 산꾼들은 설악에 감탄할 뿐이다.
신선봉, 1275봉, 범봉 등은 뚜렷하고,
세존봉, 장군봉등은 혼동스런 모습이다.
칠형제능선,
천화대능선...
울산바위와 칠성봉 능선 사이로 동해용왕은 끝없는 선물을 들이댄다.
온 세상을 뒤덮는 솜같은 운해는 몇날이고 바라봐도 질리지 않을것
같다.
용아를 타 넘고,
공룡을 감아 돌던 설악산 산행중 최고의 보상을 받았다.
세시간 넘는 송암산능~ 둔전리 하산길은 지루한 숲길이었지만,
선물을 가슴에 안고 귀가하는 아이마냥 즐거움에 피곤한 줄
몰랐다.
'登山'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염초봉 만경대 가을 이미지 (0) | 2007.08.11 |
---|---|
겨울 공룡능선 (0) | 2007.01.17 |
5산종주(삼도사수불) 산행기 (0) | 2006.06.14 |
무제 (0) | 2006.06.06 |
[스크랩] 월출산 산행기 (0) | 2006.05.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