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본남편이 근처에 있다는군
한 장님의 처에게 샛서방이 있었는데, 그 계집이 출타했다가 돌아오는 길에 때마침 샛서방을 만났다.
샛서방이 반가워 물었다.
“네 남편은 집에 있노?”
“집에 있겠지”
“내 마땅히 여차여차 할 테니 넌 소리를 내지 말아야 해”
“좋아요”
계집은 샛서방의 계교를 알아채고 그렇게 하마고 승낙했던 것이다.
샛서방이 장님 집에 가서 장님보고 인사하듯 물었다.
“그 동안 편안했소?”
“어째 그토록 오래 나타나질 않았어?”
“자네 부인은 어딜 갔지?”
“출타중이라네”
“그래? 난 말야. 마침 옛애인을 이곳에서 만났는데 일을 치를 곳이 마땅찮아. 자네 방을 잠깐 빌리면 어때?”
“방을 빌려 주는 건 어렵잖아. 그런데 자네 방셀 얼마나 주겠나?”
장님은 영문도 모르고 농담을 걸었던 것이다.
“방세야 얼마든지 낼 테니 잠시 피해주게나”
서방은 곧장 계집을 데리고 들어가 방사를 치르려는데, 장님이 문밖에 피해 있으면서 엉뚱하게도 점을 쳐보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곧 들어와 샛서방에게 말하는 것이 아닌가.
“내 방금 점쳐본 즉 그 본남편이 이 근처에 있다 하니 어서어서 돌려 보내게!”'깔깔 사랑방'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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