깔깔 사랑방

그 본남편이 근처에 있다는군

곡우(穀雨) 2009. 9. 15. 13:46

그 본남편이 근처에 있다는군

 

한 장님의 처에게 샛서방이 있었는데, 그 계집이 출타했다가 돌아오는 길에 때마침 샛서방을 만났다.

샛서방이 반가워 물었다.

네 남편은 집에 있노?

집에 있겠지

내 마땅히 여차여차 할 테니 넌 소리를 내지 말아야 해

좋아요

계집은 샛서방의 계교를 알아채고 그렇게 하마고 승낙했던 것이다.

샛서방이 장님 집에 가서 장님보고 인사하듯 물었다.

그 동안 편안했소?

어째 그토록 오래 나타나질 않았어?

자네 부인은 어딜 갔지?

출타중이라네

그래? 난 말야. 마침 옛애인을 이곳에서 만났는데 일을 치를 곳이 마땅찮아. 자네 방을 잠깐 빌리면 어때?

방을 빌려 주는 건 어렵잖아. 그런데 자네 방셀 얼마나 주겠나?

장님은 영문도 모르고 농담을 걸었던 것이다.

방세야 얼마든지 낼 테니 잠시 피해주게나

서방은 곧장 계집을 데리고 들어가 방사를 치르려는데, 장님이 문밖에 피해 있으면서 엉뚱하게도 점을 쳐보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곧 들어와 샛서방에게 말하는 것이 아닌가.

내 방금 점쳐본 즉 그 본남편이 이 근처에 있다 하니 어서어서 돌려 보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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