깔깔 사랑방

남산의 노래

곡우(穀雨) 2009. 9. 21. 11:46

남산의 노래

 

신혼 첫날 저녁, 신부는 신랑의 위인됨이 극히 용렬함을 보고는 신랑에게 말했다.

내일 이웃동네 손님들이 일제히 모이면 신랑한테 노래를 시킬텐데 노래부를 줄은 아세요?

모르는데?

그렇다면 내가 가르쳐주는 대로 따라 불러 보세요.

그렇게 하리다.

신부는 나지막한 소리로 노래를 불렀다.

남산에

남산에

신랑이 소리를 높여 따라 불렀다. 그러자 신부가,

요란스러워요하고 핀잔을 주자 신랑은 따라서,

요란스러워요하고 크게 소리를 냈다.

신부는 그만 민망해서 주의를 주었다.

건넌방에서 들어요

건넌방에서 들어요

신랑은 또 고함을 치는 것이었다.

신부는 기가 막히고 가소롭기도 해 돌아누워버리며,

참 개자식이로군

하고는 화를 참지 못했다.

그 이튿날이 되었다. 뭇 손님들이 모여 신랑을 불러 물었다.

신랑은 노래를 부를 줄 아는가?

잘은 못 부릅니다.

신랑이 대답하자,

비록 못하더라도 무슨 흠이겠는가, 한번 불러 보시게.

하고 노래하기를 권유했다.

신랑은 목청을 돋우고 노래를 불렀다.

요란스러워요.

요란하지 않을 테니 계속 불러보게.

그들 손님들의 재창이었다.

신랑은 또 불렀다.

건넌방에서 들어요

잘 듣고 있으니 빨리 불러보게

건넌방에서 장인이 격려를 했다.
그러자 신랑이,

참 개자식이로군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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