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효봉 중간 밴드길.
의상능선을 밟아보려다가 산성입구에서 갑자기 원효봉의 슬랩이 궁금해졌다.
오래전에 클라이머들이 슬랩등반하던 치마바위-
그 치마바위에서 슬랩훈련을 하면 어떨까?하는 마음으로 사람들의 발자욱을 따라 갔다.
큰 아이가 초등학교 저학년일 때 길 없는 원효중간을 횡단했던 기억도 나고, 종주산행을 주로하던 신우클럽 대장님따라 릿지다니던 생각도 났다.
쉬엄쉬엄 걷다보니 남서면으로 드러누우려는 벽 앞에 다다른다. 검은 물줄기 흔적들이 줄무늬로 보이는 치마바위다. 90년대 중반쯤이었을까? 그 땐 릿지화를 신고 슬랩을 오르던 시절이라서 치마바위의 왼쪽 가장자리에서 되니, 안되니 했었다. 가운데에서는 클라이머들이 등반을 하고 있었고~
그 기억 때문에 이곳에서 슬랩훈련이 가능할런지를 보려고 찾아 온 것이다.
볼트를 찾아봤다.
왼쪽에 두 개의 볼트가 보였다. 루트가 두 개-
샅샅이 둘러 봤으나 더는 없었다.
밑에서 보기와 달리 가운데엔 크랙도 있고 슬랩의 경사가 그닥 심하지 않았다.
빌레이를 보면서 편하게 자리해야 할 테라스의 폭이 너무 좁았다.
치마바위는 하단부와 상단부로 나위어 있는데 하단부의 슬랩보다 상단부의 슬랩에 각이 더 있다.
하단부의 슬랩은 등반성이 너무 낮아서 쓸모?가 없다.
그래서 중간의 밴드에서 시작해야 하는데 막상 슬랩의 경사도를 보니 각이 낮다.
아무리 잘 주어도 11급의 난이도가 나올만한 곳이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인가? 등반루트도 보이지 않고 등반 흔적도 없는 것 같다.
이 정도의 조건에서 슬랩등반 훈련을 하려면 다른 곳으로 가고 말겠다.
탐색결과로는 실망이다.
치마바위를 지나 오른쪽으로 밴드 길을 따라 가자면 길 왼쪽의 바윗면이 거대하게 형성되어 있는데 참으로 애매한 곳이다. 일반 등산화를 신고 오르기엔 위험한 곳이다. 더군다나 볼트가 박혀 있지도 않다. 그러나 암벽화를 신고 등반을 하기엔 난이도가 너무 낮아 보인다.
원효에 클라이머들이 붙지 않는 이유인게다.
바람이나 쐬려는 마음으로 집을 나섰으니 원효 정상에나 가보자는 마음으로 오솔길을 슬슬 걸어 원효봉 정상에 닿았다. 의상능선 아랫쪽은 북향이라서 골짜기 하부에 얼음이 형성되어 있다. 빙하인게다. 국녕사 아랫 계곡에 가장 큰 얼음이 보였다. 하늘은 온통 흐리다. 잿빛이다.
하산하면서 올려다보는 원효봉의 바위는 거대하다.
그리고 그 각이 등반성이 있어 보인다. 바로 아래에 가서 보는 것과 많이 다르다.
불암산까지 가는 시간을 줄이고 가까운 곳에서 슬랩훈련을 하려고 했던 생각은 반나절 깜찍한 착각으로 끝났다.
학도암을 대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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