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00명의 참가자와 함께 달린 서울국제마라톤-
맑고 바람 없는 적당한 기온의 날씨는 달리기에 더 없이 좋았다.
세상에서 최대 최고의 응원을 받으며 달렸다.
대회우승은 국민마라토너 봉달이가 해냈고-
솜다리도 개인기록을 다시 썼다.
이번 달리기를 하러 먼 곳에서 온 친구를 만나려 시도했지만 나름대로 바빴던 친구는 대기시간 동안 끝내 찾을 수 없었다.
세종문화회관 앞 대로는 달리미들을 위해 또 다시 하나의 광장으로 할애되었고 출발을 알리는 폭죽과 세레모니는 마스터즈 참가자들을 위한 것이었다.
꽃샘 추위에 엄청나게 떨었던 작년과 달리 이번 대회는 기온도 낮지 않아 좋았고 출발대기시간도 길지 않았다.
주로의 연도에는 달리미들을 응원하는 시민들이 시간이 갈수록 많아졌다.
가장 많이 보였던 사물놀이 응원단은 연령대가 다양하기도 했다.
학생패, 아주머니패, 할머니패… -응원매체 중 가장 힘이 되어주었다.
브라스밴드도 보였고 치어리더들도 보였고 확성기를 든 개인응원도 많았다.
온 동네 사람들이 모두 나와서 함성으로 응원해주는 곳도 있었고..
이런 큰 행사에 주연으로 참가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미 달리미로써의 얻을 수 있는 만족감은 충분하지 않을까?
연도에서 각종 응원을 쉬지 않고 보내 준 서울시민들은 자신들이 달리기를 하지 않더라도 이미 서울마라톤을 자신들의 축제로 여기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을지로, 청계천 구간에서는 왕복코스라서 반대편 주로의 선두그룹 선수들을 구경할 수 있어 좋았다. 봉달이 이봉주 선수가 까만 선수들 속에서 힘차게 역주하는 것을 보고 알 수 없는 힘이 솟아나는 느낌은 무엇때문일까?
중간수준의 시간대에 속하는 수 많은 주자들이 몰린 청계천까지는 주로가 좁아 불편한 사정이었으나 수준이 비슷해서 참을 만 했다.
종로대로에 접어든 17킬로 이후에 주자들의 속도가 갑자기 빨라졌다.
오버페이스를 감안하여 속도를 줄이니 나만 자꾸 쳐지는 것 같았지만 그래도 25분이내 페이스는 유지되고 있었다.
하프지점 통과시 1시간 43분 경과-
몸 상태 체크, 호흡은 좋았고 하체컨디션도 무난했다.
매 급수대는 가급적 마지막 부근에서 이온음료를 집어 달리면서 마셨다.
32킬로 부근부터 페이스가 뚝 떨어졌다.
성수동 주로에서 3:30 페메에게 추월 당하고 이후 계속 추월을 당했다.
3시간30분 이내 주자들의 페이스는 거의 일정했고 많은 수의 달리미들이 나를 추월해 갔다.
따라 붙어보려 애를 써보지만 다리에 힘이 나지 않아 계속 뒤쳐진다.
장거리주 연습량이 부족하니 후반부 레이스가 힘이 드는 건 당연한 결과-
하프지점 통과시까지만 해도 좋은 컨디션과 무리하지 않았다는 느낌으로 3시간 20분대 진입을 희망했건만 희망은 자꾸 멀어져 갔다.
파워젤을 까먹고, 동호회에서 주는 38킬로부근 감격의 꿀물도 받아 먹고 최대한 탈진만은 방지하려고 노력했다.
기울인 노력이 끝까지 이어져 걷는 비참함은 맛보지 않았다.
아마 언덕이 좀 있는 다른 코스였다면 후반부에 도리없이 걷고 말았을 것이다.
힘이 들긴 했지만 골인순간은 폼을 잡고 마무리했다.
겨우내 달리기 할 때마다 괴로웠던 무릎통증은 골인할 때까지 잘 달래졌다.
남들 다하는 보스토너- 나도 해보고 싶었지만 아직은 넘볼 수 없는 곳이었다.
조금이나마 단축된 기록에 만족하기로 한다
연습만큼의 결과를 선선히 내준 코스에 감사하며-
구간별 랩타임
5km -25:51
10km -23:46
15km -24:04
20km -24:38
25km -24:31
30km -24:49
35km -27:26
40km -28:31
Full -
총 3시간36분41초
욕심껏 달린 결과로 참가자들은 한계상황들을 많이도 보여줬다.
탈진으로 완전히 맛이 가버린 달리미,
보조경기장으로 나와 하체에 쥐가 나며 바닥에 누워버리며 경련하는 달리미,
(발을 들어 올려주다 눈길이 머문 그의 온 사타구니는 마치 사포로 맛사지를 한 듯 끔찍하게도 빨갛게 쓸려 있었다)
나의 절룩거림은 애교거리 밖에 되지 않았다.
완주를 위한 의지는 고문과도 같은 고통들을 참게 만들었다.
다섯 시간 동안의 사투를 벌인 후미주자들의 모습은 박수가 절로 나오는 진지한 퍼포먼스다.
2만명 이상의 승리자들이 모인 한나절의 축제는 화려한 역사의 한 페이지로 장식되어야 할 것이다.
집에 오는 전철에서 바라본 한강 모습은 맑고 깨끗한 풍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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