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와 함께 달리는 서울신문 하프마라톤 대회]
금요일 저녁까지만 해도 일욜 달리기는 호수공원 너댓바퀴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니 선배하고 부담없이 보신탕에 폭탄주를 거나하게 즐겼고...
토요일 오후, 호수공원에 일욜 달리기를 불러 내려고 달리기 도반에게 전화를 했는데 내가 거꾸로 엮였다.
상암동에서 진행하는 서울신문 하프대회에 함께 가기로 약속하고 말았다.
뭐, 하프코스야 큰 부담도 없는데다 이틀간의 비로 선선한 기온이 예상되어 좋을 것 같았기에...
초청하는 사람 인간성도 좋았고...
새볔부터 도로에 고인 물을 쳐다보며 강우 상태를 체크하였다.
시간이 갈수록 수면에 떨어지는 비방울이 드문거리더니 여섯시 무렵부턴 거의 보이지 않았다.
앗싸~!
기특하게도 스스로 챙겨먹는 아침을 좀 과식하였다.
거북스런 배를 달래가며, '이건 달리기에 에너지로 잘 쓰일 거야'라며 자위해 보는데 상암동에 도착해서도 여간 불편함이 해소되지 않는다.
처음 뵙는 선배분께서 다른 참가자의 번호표를 구해 주셨다.
덕분에 뻐꾸기 신세는 면하였다.
번호표도 달지 않고 일찍 골인한다는 건 얼마나 민망할 일인지...
참가신청을 하고서도 사정상 불참하였을 번호표 주인에게 감사하고, 성실하게 완주하여 기록이나 잘 만들어 드리자 다짐한다.
외우기 좋은 번호표다.
출발 직전 화장실에 다녀오니 선수가 너무 많아 앞자리 출발은 불가하였다.
도리없이 중간에서 출발-
상암운동장 공원에서 자유로를 건너 한강둔치로 내려가는 굽이진 고가에서는 사람이 콩나물 시루같이 북적이며 달린다.
다리에 걸려 넘어지지 않게 조심하며 사람사이를 헤쳐야 한다.
오직 달리기에만 힘을 사용해야 하는 경주에서 사람사이를 피하고 돌아나간다며 사용하는 체력은 틀림없이 마이너스(-)요인이 될 것이다. 대회마다 중위권 사람들이 모두 겪는 불리함이지만-
5킬로 부근까지는 페이스를 끌어 올리려 집중을 했는데 부담이 좀 심한 것 같다.
하체에는 힘이 붙질 않고 땀만 비오듯 한다.
힘만 많이 들 것 같은 느낌이다.
또 다른 도반을 만나고 다시 헤어지고...
하프코스 반환점은 가까워서 좋다.
시원한 강바람을 즐기며 이정표를 체크해 나가다 보니 반환점을 돌아 오는 선두주자가 지나쳐 간다.
내린천대회 우승자가 6위로 지나고 출발 전에 보았던 은평클럽의 지존은 12위로 지난다.
하프대회인데도 강자들이 집결하였나 보다.
반환점 돌 때까지 세어 본 앞 주자가 약 130명!
100위 안에 들려면 30명은 추월해야 한다.
가능할까?
12킬로 지나면서 속도가 쳐지는 느낌이 든다.
앞 주자를 놓치지 않으려 기를 쓰고 침을 튀겨가며 따라갔다.
이틀전의 음주를 그저 후회하면서...
다행히 15킬로 부근에서 그토록 힘이 들던 컨디션이 참을 만하게 느껴진다.
고비가 지난게다.
이후 쳐지는 앞주자를 하나 둘 추월해갔다.
반환점 이후론 한 사람에게 추월을 허용했지만 이내 다시 역추월하고 이후론 거의 추월당하지 않은 것 같다.
시간을 아끼려고 급수도 하지 않고 스펀지도 외면했다.
성산대교 밑의 공원 진입로는 오르막 언덕이 부담스럽다.
2월에 참가했던 32킬로 대회에서도 이 구간에서 무척 힘이 들었다.
보폭을 짧게하고 속도를 약간 줄여 올랐다.
마지막구간에서 쳐지는 몇 사람에게 미안한 마음을 뒤로하고 잘 아는 골인점을 향해 전력으로-
1시간 29분 6초를 찍었다.
(대회 기록은 1시간 29분 5초, 간신히 100위 이내)
햇빛 한번 비치지 않은 구름 낀 하늘,
비온 뒤의 시원한 공기,
서쪽에서 불어오는 세지 않은 강바람,
추월 목표로 삼기에 적당한 주자간격..
모두가 좋았다.
기상조건이 좋을 경우를 가정하여 설정한 6월대회 목표기록보다는 낮지만
어쨌든 개인기록 갱신!
흐뭇한 날이다.
풀대회에서 연속으로 망가지기만 했는데,
약간은 보상받은 느낌이기도 하고 새로운 도전을 위한 계기로 삼고 싶은 마음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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