生活 思惟

아침 물 한 잔을 마시며

곡우(穀雨) 2016. 8. 12. 07:03

일어나서 바로 마시는 물 한 잔-

깔끔해야 하는데,

기온이 높은 계절이라 물 온도가 시원한 맛을 주지 않는다.

하긴 뭐 수돗물이라는게 아무리 정수를 한다해도 좋은 맛을 줄 수는 없다.

수십미터 토사층이 걸러준 지하수 깨끗한 맛과 어찌 비교할 수 있으랴..


잠에서 깨어나는 몸은 물 한 잔으로 생기를 추스린다.

이어서 깊은 호흡으로 호흡기가 활기를 갖게 된다.

수면하는 동안의 신체는 살아 있으되 죽어 있는 상태와 많이 다르지 않다.

수면하는 동안의 정신세계는 꿈을 꾸지 않는 한 정지되어 있다.

하룻동안의 사용으로 헝클어진 창고를 정리하는 작업을 하느라 나름대로 어떤 분주함을 갖는지는 몰라도 인지되는 뇌의 기능은 수면하는 동안에는 없다고 본다.


심장이 멎고 호흡이 중단되고 근육이 경직되면 생물학적인 죽음의 경지에 들게 된다.

다른 동물과 달리 먹고 사는 문제에서 벗어나게 된 인간이 맞닥뜨린 숙제가 죽음 이후의 경지에 대한 의문이다.

아마도 꽤 긴 시간을 매달려 온 숙제일테다.

종교란 생물학적인 경지를 벗어난 다른 차원의 세계에 정신이 옮겨 간다고 믿는 것이다.

현대과학이 아무리 우주의 구성에 대한 지식을 무한대로 제공해줘도 알지 못하는 곳에 다른 세상이 있다고 믿는 것이 종교다.

있다고 믿는 사람에겐 끝없는 숙제이겠으나 보이지 않아 믿지 못하겠다는 사람 입장에서는 황당한 구라일 뿐이다.


내가 자는 동안 내 정신은 무엇을 했는가?

내 육체에서 분리되는 정신은 따로 있는가?

그 무엇이 내 몸에서 따로 만들어지고 있나?

현재 내가 알지 못하는 그 무엇이 있어 알지 못하는 다른 세상에 이사를 가야 하는 것인가?

나의 존재도 모르고 가야 할 세상도 모르는데 무엇을 믿어야 한단 말인가?


귀신을 무서워하되 가까이 하지는 말라고 했던 공자의 말은 현혹되지 말고 경계하라는 뜻이다.

백지에 연필로 그림을 그리는 것처럼 마음은 스스로 갖는대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슬픔을 새기면 마음엔 슬픔이 가득 차게 되고, 즐거움을 채우면 즐거움이 찰 뿐이다.

이 마음이 생각이고 사유인데 다른 무엇이 더 있단 말인가?

마음에 귀신을 만들었으니 귀신이 있는 것이고, 또 다른 세상을 마음에 만들었으니 그 다른 세상이란 것은 단지 마음 속에만 있는 것 아니겠는가?


호흡이 멎고 심장도 움직임을 정지하면 육체는 굳고 뇌는 썩게 된다.

눈에 보이지 않고 만져지지 않는 정신덩어리가 따로 분리되어 다른 세상으로 이사를 가게 된다는 생각은 썩는 뇌에서 끝나게 되는 것이다.

살 수 있는 동안 즐겁게 살 궁리를 하는 것이 현명하다.

이 육신이 갖는 삶의 시간을 연장하는 기술은 오로지 자식을 낳아 대를 이어가는 것 외에는 없다.

내가 죽고 난 이후의 세상은 자식이 사는 세상이다.

자식의 세상이 바로 다른 차원의 세상인 것이다.


다만,

도연명의 자식처럼 못난 놈일 수도 있다는 점은 순순히 수용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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