登山

190421(일) 인수봉 하늘길

곡우(穀雨) 2019. 4. 25. 01:23

산머루산다래16기 졸업등반 참여.

곡우. 국화. 릴리(졸업생). 함박꽃. 덕유산 등 5명.

 

시즌 시작 주말이라서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해서 선착하려고 도선사 입구를 일찍 떠났다.

안개가 짙게 끼어 진입로를 놓치고 위문 쪽으로 오르다 되돌아왔다.

 

대슬랩 아랫쪽에서부터 사람들이 붙기 시작했다.

크로니길 시작점까지는 꽉 찼다.

동양길 이상에는 아무도 없었다. 선착은 성공했다.(꾼들이 이런 날에 일찍 움직이지 않았다는 게 맞을 듯)

 

팀원이 모두 도착하고서 등반준비를 하는데 벽을 보니 바위가 물투성이다.

안개는 걷히는데 구름이 걷힐 기미를 보이지 않고 공기중에 습도가 높고 바람도 불지 않는다. 전날 밤에 내린 비로 물젖은 크랙이 마르기를 기다리다가는 등반을 하지 못할 것 같다. 장마철 같다.

기다려보는동안 우리 위치까지 올라온 사람들이 서면슬랩쪽으로 올라간다.

난 하늘길 외에 다른 길을 오를 준비를 하지 않았다.

편하게 오를 길을 알지 못하는데다 졸업등반이라는 의미있는 행사를 쉽게 변절시키기도 어려웠다.

한시간 가까이 시간을 보내다가 그냥 오르기로 했다. 밑에서 보이는 첫 크랙은 어렵지 않을 것 같았다

 

1피지-

첫 크랙 중간에 1개만 있는 볼트는 테라스에 선 자세에서 손이 닿으니 클립이 쉽다.

(이 볼트의 위치가 아쉽다. 2미터 정도 윗쪽에 하나 더 있으면 좋겠다. 그러면 너무 쉬워지려나??)

 

크랙의 홀드는 좋은데 물에 푹 젖은 상태이고 얼어붙는 것처럼 차가워서 손의 감각이 없다. 첫크랙의 최상부에서 왼손이 약한 재밍상태이고 오른손이 안좋은 횡크랙 부분을 잡으려고 더듬는데 그만 왼손이 빠져버린다. 테라스 아래까지 날았다. 포물선형태로 떨어진 덕에 테라스 바닥을 치진 않았다. 당황스럽기도 하고 어이도 없다.

안전을 위해 볼트에 건 슬링에 발을 딛고 1미터 더 위에 캠(0.75호)을 설치했다.

충분한 시간을 흘려보내고 팔을 회복시켜 다시 붙었다.

젖은 손 바닥이 얼어붙는 것 같지만 재밍한 손이 터지지않고 첫크랙을 통과했다. 이후 확보점까지는 어렵지 않다.

 *** 첫 크랙의 마지막 부분을 통과할 때 집중력이 중요한 곳이다. 약간이라도 방심하거나 완력이 부족하면 추락!!

 

2피치-

볼트는 중간에 1개 있다.

유튜브 동영상의 클라이머들이 왜 쉬워보이는 구간을 그렇게 오르는지 해보고서야 알았다.

역시 크랙에는 물이 질질 흐르는 상태였다.

1피치에서 추락을 해본 탓에 움츠러들었다.

경사는 좀 낫지만 홀드가 1피치보다 좋지않아 마음 부담감이 더 커진다. 절대 떨어지지 않으려고 캠을 박고 텐션을 주문했다. 2피치는 자유등반을 하지 못했다. 크랙의 상부가 멍텅구리성이라서 그 부분에서 더 어려웠다.

두 피치 연속 굴욕이다.


(릴리님 2피치)

 

3피치-

밴드까지 쉬운 직등을 하여 거룡2피치 확보점에 닿은 후 오른쪽으로 2미터 옆에 설치된 쇠사슬 쌍볼트에 확보한다. 물기 영향을 받지 않는 쉬운 구간이다. 확보점은 거룡길, 동양길에서 사용하도록 쌍볼트 체인이 따로 설치되어 있다. 이 부분에서의 혼잡을 미리 걱정했었는데 정비가 잘 되어 있다.

 

4피치-

볼트3개 구간의 슬랩을 오르다가 오른쪽의 좌향 대형 플래이크를 따라 오른다. 슬랩을 계속 직등해도 되는데 나는 아무래도 크랙으로 오르는게 마음 편하다.

플래이크의 중간수평 틈에 캠을 하나 박고 진행했다. 초반 크랙등반의 긴장을 털어내기에 좋은 곳이다. 레이백 자세 등으로 편하게 오를 수 있다.


(릴리님 4피치)

 

5피치-

5.8정도의 크랙을 길게 오르다가 왼쪽 턱을 넘으면서 슬랩면에 올라야 한다. 크랙에 오른 발을 디딘 상태에서 머리 위의 볼트에 퀵을 클립할 수 있다. (이 피치도 단 하나의 볼트만 있다)

턱에 발을 놓을 좋은 홀드가 있는데 거기에는 오른발을 두어야 한다. 좀더 왼쪽에 미세 횡크랙이 있다. 그 곳에 왼발을 두고 몸의 중심을 세우면 된다. 왼손끝에 살짝 걸리는 홀드를 당기면 기분 좋게 올라설 수 있다. 딱 10c 느낌이다.

턱을 올라서서 2미터쯤 왼쪽에 확보점이 있는데 난 그곳을 지나고 십여미터 더 올라가서 다른 확보점에 매달렸다. 피치의 확보점을 동양길 등반자들이 점거하고 있었기 때문에 내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6피치-

정상적으로 확보점에 닿은 세컨에게서 장비를 올려받고서 남은 구간 쉽게 완료. 이 구간은 전체 슬랩면인데  중간에 플래이크가 있고 움푹 들어간 곳들이 많아 힘들이지 않고 여유롭게 오를 수 있다. 그래서 피치길이가 40미터인가싶다.

 

7피치-

정상으로 쉽게 가려면 확보점에서 1시 방향으로 걸어 오르면 등반이 끝난다.

루트의 크럭스가 왼쪽 상부의 밴드로 이동하는 구간이다. 왼쪽으로 꺽이는 각이 센 슬랩인데 확보점에서 첫 볼트를 걸고 시작한다.

추락을 해도 많이 떨어지지 않아 부담감은 없는데 도무지 손 발을 둘 곳이 보이지 않는다.

홀드를 찾지 못하는 내눈에는 11c급 이상으로 보인다. 10c 난도는 반드시 그에 맞는 무브가 있다는 뜻이다. 홀드를 찾아야겠다.

퀵도로를 잡고 올라서 볼트를 밟아버리니 밴드에 닿는다. 10시 방향으로 십여미터 돌아가면 정상 확보점이다.


(릴리님 종료)


하늘길에서 물바위로 멀티 시즌을 시작했다.

나쁜 조건에서도 함께 한 분들이 모두 무난한 등반을 했다. 감사하다.

다음에는 비온 뒷 날이면 크랙등반을 하지 말아야지...


'登山' 카테고리의 다른 글

190505(일)노적봉 하늘길  (0) 2019.05.06
190428(일) 백운대 김개남장군길  (0) 2019.04.29
190331(일) 매바위  (0) 2019.03.31
190310(일) 시산제 그리고 학도암  (0) 2019.03.11
슬랩 기술 공부  (0) 2019.03.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