登山

200628(일욜) 번개길-울산바위

곡우(穀雨) 2020. 6. 30. 13:49

20년0628일 번개길(울산바위)

 

전세버스 태릉역 출발, 양재역 경유 설악동 입산
종일 분주했던지라 달리는 차에서 계속 잤다.

 

어둠이 다 가신 즈음 출발점에 닿았다.
듬성듬성 약한 구름떼들이 하늘을 반쯤 가리고 있고 사이사이로 별들이 보이니 비소식이 사라진 예보에 더해 등반에 최적의 날씨가 될 것으로 생각했다. 이것은 착각이었다. 설악에서 새벽 하늘이 맑다면 마치 손으로 별들을 따낼 수 있을 것처럼 뚜렷하게 보여야 하는데 별이 멀리 보였으니 구름이 많았다는 건데 심각하게 생각해보지 않았다.
모기들이 참 많았다.
이 녀석들이 참 영악해서 얼굴부위를 공격하다 말고 바지와 암벽화 사이의 다리를 공략한다. 성동격서 전법으로 2피치 중간까지 따라오면서 뜯어 먹는다. 양쪽 다리를 돌아가며 즐기는 성찬? 주말마다 찾아오는 특식이겠지...

 

1피치-

위로 올라갈수록 좁아지는 침니에서 시작되는데 중간에 볼트가 없고 바위벽 간격이 넓어 캠을 설치할 조건도 아니다. 등로주의는 이 조건을 돌파해야 하건만 ㅠㅠㅠ...

바로 왼쪽 크랙인 문리대2번길에서 시작했다.

턱을 넘어 번개길 1피치 확보점으로 넘어가는 부분-

좁은 세로크랙에 0.4호, 0,3호를 연이어 설치하고 얼굴을 바윗면에 거의 붙이며 손을 뻗으면 홀드가 걸리고 확보점에 바로 닿는다.

1p 확보점

 

2피치-

커다란 마름모꼴 바위를 올라서면 off width크랙이 길게 뻗쳐 있다.

첫볼트가 2.5미터 정도 높이의 좌측 바위에 있다. 오른팔을 높게 꺽어 크랙에 집어 넣고 팔재밍만으로 올라가야 되는데 발자리가 없어 난감한 곳이다. 개구리를 사용했다.
첫볼트 이후 대략 3미터 간격으로 스텐레스 볼트가 있다.

크랙의 양쪽이 멍텅구리면이다. 크랙 속에서 무릎재밍과 팔 재밍에 오른쪽 어깨를 부볐다. 진입부 이후에는 특별히 어려운 무브를 요구하지는 않지만 힘이 많이 쓰였다.  이 구간에서 6호캠이 회수되지 않았다. 5호를 써야 했는데..

off width크랙은 끝부분에서 착해진다.

 

6개의 볼트가 보이는 인공구간 맨벽-
바윗면에 박힌 시커먼 문고리볼트들이 세월과 함께 삭아가고 있다.
중간의 볼트 하나는 고리가 없다. 와이어행거를 걸고 조심스럽게 오른다.
볼트들은 적당한 높이마다 박혀 있어서 발디딤은 60슬링들로 충분하다.
확보점은 쌍볼트에 와이어가 연결되어 있다. 40미터 넘는 구간에 퀵도르 18개가 쓰였다.
피치 전 구간이 발밑에 잘 보이므로 후등자 빌레이에 장애가 없다.

 

1p 확보점에서 보는 2피치 라인
커다란 마름모 바위 윗 부분
확보점 아래 볼트 따기 구간

3피치는 우향의 off width크랙이다.
확보점 위로 등반에 쓰임새가 되지 못할 물고랑이 위로 뻗어 있고 그 좌측으로 대여섯개의 문고리 볼트들이 보이는데 인공구간이다. 
오래된 문고리볼트의 인공구간은 거의 수직으로 오르게 되고 크랙구간은 점차 1시반 방향으로 휘어지는 각이다.

멍텅구리 크랙에 왼쪽어깨를 끼워 넣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4호, 5호 캠이 쓰이는 곳이다.
크랙의 최상부에서는 겹치는 크랙을 윗쪽으로 갈아타야 하는데 이 부분을 트래버스하는 동안에 비로소 작은캠(2호)이 사용되었다. 이곳에서는 자일이 바윗면에 쓸리면서 잘 올라오지 않는다.
확보점 스탠스는 좋다. 3피치에서는 퀵도르가 20개 쓰였다.
이곳 확보점에서는 후등자의 피치 전반부 등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3피치에서 3번 등반자가 등반을 할 때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4피치-

역시 우상향의 off width크랙인데 아래 두 피치보다는 사나워보이지 않는다. 1시반 정도의 우상향 각이다. 크랙의 틈이 크다.

첫볼트와 두번째 볼트의 간격이 멀다. 중간에 작은 횡크랙이 있기 때문이다.

굵은 빗방울들이 우박처럼 내리더니 이내 빗물이 바윗면을 적시고 크랙끝에서 줄줄 흘러 떨어진다. 장대비 내리는 초가집 처마끝의 낙숫물같다.

시간이 지나고 비가 가늘어지면서 짙은 안개가 꽉찬다. 그치는 듯하다가 약한 비가 다시 내린다.

날씨가 변하기를 기다리며 바윗면을 손으로 쓰다듬어보니 손바닥에 물이 잔뜩 묻어난다. 신발과 손바닥에 마찰력이 생길 것 같지 않다. 난감한 상황이다.  시간이 꽤 지나고 가는 비가 오락가락하는데 바위는 비구름에 싸였다.

건너편 문리대길은 아예 보이지 않는다. 저 곳에도 5피치에 대여섯명의 등반자들이 있었는데 어쩌는지 모르겠다.

여름 등반에서의 악조건이 되었다.

비에 묶였다. 탈출하강은 위험 요소가 너무 많아 남은 한 피치를 이어가는게 낫겠다고 판단되었다.

비 그치기를 기다리며 행동식을 먹는데 다리가 오토바이를 탄다. 헐~..  3피치 확보점에서 머문 시간이 길어 체온이 식은 탓일게다.

비가 약해져 크랙의 낙숫물이 잦아들고 손에 묻어나는 물이 약해지는 것을 확인하고 등반 재개~


두번째 볼트를 지나면서 볼트 간격은 멀어지며 크랙의 기울기는 완만해진다. 그러나 물바위 상황이라서 크랙의 안쪽으로 파고 들어가게 되니 힘이 두배로 들었다.

긴 크랙이 끝나고 침니 구간이 나타난다. 쉬운 곳이지만 빌레이가 보이지 않는 구간이라 굉장히 조심스럽다.
침니를 지난 윗쪽은 걸어 오르는 구간이고 확보점은 편한 자리이다.

 

정상에 도착하고 비가 완전히 그쳤다. 안개도 약해졌다. 장마철 산악날씨란 참 변화무쌍하다.
옛철계단이 철거된 곳으로 이동하여 60자 하강 두번으로 등반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