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떼고 붙다

歸去來辭 - 陶潛(陶淵明)

곡우(穀雨) 2016. 5. 3. 19:42

歸去來辭

歸去來兮          (귀거래혜)  돌아가자

田園將蕪胡不歸 (전원장무호불귀) 논밭 장차 황폐해지거늘 어이 아니 돌아가리

旣自以心爲形役 (기자이심위형역) 지금껏 내 마음 몸의부림 받았으니

奚惆悵而獨悲    (해추장이독비)  어찌 홀로 근심에 슬퍼하고 있는가

悟已往之不諫    (오이왕지불간)  이미 지난 일은 돌이킬 수 없음을 알았으니

知來者之可追    (지래자지가추)  앞으로의 일은 올바로 할 수 있음을 알았다 

實迷塗其未遠    (실미도기미원) 실로 길 어긋났으나 멀어진 건 아니니

覺今是而昨非    (각금시이작비) 지난 잘못은 이제부터라도 바르게 하리라

舟搖搖以輕颺    (주요요이경양)  배는 흔들흔들 가볍게 흔들리고

風飄飄而吹衣    (표풍풍이취의)  바람은 훨훨 불어 옷자락 날린다.

問征夫以前路    (문정부이전로) 길 가는 이에게 갈길 물어야 하니

恨晨光之熹微    (한신광지희미) 희미한 새벽빛에 한숨이 절로 난다.

乃瞻衡宇          (내첨형우) 저만치 집이 바라다 보이니

載欣載奔          (재흔재분) 기쁜 마음에 뛰듯이 집으로 간다.

僮僕歡迎          (동복환영) 어린 하인 반가이 나와 맞이하고

稚子候門          (치자후문) 자식들은 문 앞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다.

三徑就荒          (삼경휘황) 세 갈래 오솔길엔 잡초 우거졌어도

松菊猶存          (송국유존) 소나무와 국화는 옛 그대로 남아 있다

携幼入室          (휴유입실) 아린 아들 손잡고 방으로 들어서니

有酒盈樽          (유주영준) 술통엔 술이 가득 나를 반긴다.

引壺觴以自酌    (인호상이자작) 술병과 술 잔 끌어당겨 혼자 마시며

眄庭柯以怡顔    (면정가이이안) 뜰 앞 나뭇가지 바라보며 지그시 미소 짓는다

倚南牕以寄傲    (의남창이기오) 남쪽 창에 기대어 거리낌 없이 있노라니

審容膝之易安    (심용슬지이안) 좁은 방이지만 편하기 그지없다

園日涉以成趣    (원일섭이성취) 정원은 매일 거닐어도 풍치가 있고

門雖設而常關    (문수설이상관) 문은 있으되 늘 닫아두고 있다

策扶老以流憩    (책부노이류게) 지팡이 짚고 다니다가 앉아 쉬기도 하고

時矯首而游觀    (시교수이류관) 때로는 고개 들어 먼 곳을 바라본다 

雲無心以出岫    (운무심이출수) 무심한 구름은 산골짝을 돌아 나오고

鳥倦飛而知還    (조권비이지환) 날다 지친 저 새는 둥지로 돌아온다

景翳翳以將入    (영예예이장입) 해는 뉘엿뉘엿 넘어가려 하는데

     * 장입? 이 무슨 뜻인지...  (將 장차 장, 막~하려 한다)

撫孤松而盤桓    (무고송이반환) 외로운 소나무 쓰다듬으며 홀로 서성거린다.

  * 반환 : 머뭇거리며 어떤 곳을 멀리 떠나지 못하고 서성거림


歸去來兮         (귀거래혜)    돌아가자

請息交以絶游   (청식교이절유) 사귀고 어울려 노는 것도 그만 두겠네

世與我而相遺   (세여아이상유) 세상과 나는 서로 맞지 않으니

復駕言兮焉求   (복가언혜언구) 다시 벼슬하여 무엇을 얻겠는가

悅親戚之情話   (열친척지정화) 반가운 벗님과 정담을 나누며

樂琴書以消憂   (락금서이소우) 거문고 타고 책 읽으며 시름을 달래련다.

農人告余以春及 (농인고여이춘급) 농부가 봄이 왔음을 알려주면

將有事于西疇   (장유사우서주) 서쪽밭에 나가 밭이나 갈려하네.

     * 相遺 (상유); 남기다. 멀어지다.  

     * 駕 ; 멍에 가, 수레 가 - 벼슬 길에 나가는 것을 말함

     * 疇 : 이랑 주


或命巾車         (혹명건차) 때로는 천막 두른 수레 몰아가며  

或棹孤舟         (혹도고주) 때로는 조각배 삿대 저어가며 

旣窈窕以尋壑   (기요조이심학) 깊고 그윽한 골짜기 계류 찾고 

亦崎嶇而經丘   (역기추이경구) 험한 산길 가파른 언덕 길 오르기도 하네.

木欣欣以向榮   (목흔흔이향영) 물 오른 나무 싱싱하게 자라고 

泉涓涓而始流   (천연연이시류) 샘 물은 솟아 졸졸 흐르고 있네 

善萬物之得時   (선만물이득시) 만물이 제 철 만나 부럽기도 하고 

感吾生之行休   (감오생지행휴) 나의 삶 저물어 감을 느끼네.

    * 棹 ; 노 도


    * 窈窕 ; 幽深 그윽하고 깊은

    * 壑 ; 골 학, 골짜기. 계곡

    涓涓 ; 졸졸 흐르는 모양.


已矣乎            (이의호) 아서라

寓形宇內復幾時 (우형우내복기시) 세상에 이 내몸 얼마나 머무를 수 있으리오 

曷不委心任去留 (갈불위심임거류) 가고 머무름은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니 

胡爲乎遑遑欲何之 (호위호황황욕하지)  무엇 위해 그리 서둘러 가려는가

富貴非吾願       (부귀비오원)  부귀영화는 내 바라던 바 아니었고

帝鄕不可期       (제향불가기)  신선 사는 곳도 기약할 수 없는 일

懷良辰以孤往    (회양진이고왕) 좋은 시절 바라며 홀로 나서서

或植杖而耘耔    (혹식장이운자)  지팡이 세워두고 김 매고 북돋운다

登東皐以舒嘯    (등동고이서소)  동쪽 언덕에 올라 길게 휘파람 불어보고

臨淸流而賦詩    (임청류이부시)  맑은 시냇가에 앉아 시도 지어본다.

聊乘化以歸盡    (요승화이귀진)  이렇게 자연을 따르다 끝내 돌아갈 것인데

樂夫天命復奚疑 (락부천명복해의) 천명을 즐겼거늘 다시 무엇을 의심하리




돌아가자꾸나
벼슬살이 그만 두고 내 고향 전원으로 돌아가자꾸나
손 볼 사람 없어 전원이 온통 거칠어지려 하는데 아니 돌아가고 어쩌리
고귀한 이 마음 값있는 일에 쓰이지 못하고 제 입의 구종 노릇에 허덕이게 버려두었던 지난날의 잘못된 생각
하지만, 그렇다고 어찌 지나간 한 때의 잘못에 얽매여 넋 놓고 슬퍼만 하고 있으랴
이왕에 잘못된 일은 뉘우쳐도 소용없는 일, 앞으로 다가오는 일만은 지난 날을 미루어 얼마든지 고쳐나갈 수 있겠지
사실로, 벼슬 길 험한 길에 잘못 들어 한동안 내 갈 길을 잃고 헤매었지만
그래도 아직은 그리 깊이 들지는 않았으니... 
분명히 깨달아 알겠구나
벼슬살이 그만 둔 지금은 정말로 잘한 일이요
제 입에 구종 노릇하던 어제는 진정 잘못된 일임을
배는 흔들흔들 고향을 바라 가벼이 떠나가는데, 바람은 한들흔들 옷자락을 헤치네,

예서 고향까지 얼마나 남았을까고, 나그네 붙잡고 남은 길을 물어 가는데,

해떨어지기 전에 집에 닿긴 글렀는가
새벽빛이 어느새 어둑어둑 땅거미가 지니 서운한 마음 말이 아닐세
이윽고 낯익은 저기 저 허술한 대문과 오두막집
어찌나 기뻤던지 한숨에 뛰어갔다
심부름꾼 사내 아이는 반가와 어쩔 줄 모르고,

어린 것들은 날 기다려 문에 서서 초초하다
정원을 둘러보니 황폐해 가고 있는 세 갈래 작은 길
하지만, 소나무 국화야 날 보란 듯 푸르름을 자랑하며 꿋꿋이 서 있네
어린것들 손잡고 방으로 들어서니 언제 벌써 빚었던가
항아리에 술이 가득하네
술 항아리 옆에 끼고 잔 끌어다 혼자서 잔질하고,

정원에 우거진 나뭇가지를 둘러보며 얼굴에 가득 기쁨이 넘실거리네
세상에 거리낄게 무어람! 햇빛 밝은 남녁  창에 기대어 버젓이 앉았으니
이제야 참말로 알겠구나
무릎하나 들일만한 요 작은 집인데도 벼슬살이 보다야 그 얼마나 마음 편안한가를
날마다 정원을 거닐어, 거닐수록 멋이야 더욱 새로워라
문이야 달아놓음 무얼하나! 찾아오는 사람 없어 언제나 굳게 잠겨져 있는 것을
지팡이에 늙음을 의지하여 발길 멎는대로 쉬다가,

가끔 머리를 들어 먼 하늘을 바라보다
구름은 무심히 산 굴 속을 돌아 나오고,

새도 날기에 지쳤는가 제 집으로 돌아올 줄 아는고야
햇빛은 어둑어둑 서산에 떨어지려는데, 한 그루의 소나무 푸르른 그 절개
내 마음인 양 어루만지며, 어루만지며 발길 차마 못 떼네.

돌아가리라!

돌아가고파 돌아 왔는데 다시 무슨  미련을 두랴
이제부터는 세상 사람들과 교제를 끊고 놀지도 않으리라
세상은 나를, 나는 세상을 이렇게  서로를 잊었는데 여기서 다시 수레에 멍에 매어 무얼 찾으러 달리겠는가
참 마음을 주고받는 친척들과의  정다운 이야기! 이것만이 내 기쁨이요
거문고와 책, 이것만이 내 즐거움이라, 온갖 시름 다 실어 보내는데
농사꾼이 내게 와 봄이 왔다 일러주니 나도야 서쪽으로 밭갈이 가야겠네
어느 때는 헝겊 씌운 수래 타고 험한 산길을 따라 언덕을 넘어 달리고
어느 때는 외로이 배 한척 띄워 저 깊은 골짜기 시냇물을 찾아드네
산에는 나무마다 봄이 즐거워 마음껏 부풀어 오르려 하고 얼어붙었던 샘물도 봄 소리에 녹아 졸졸졸 흐리기 시작일세
때를 얻어 흥겨운 만물을 부러하며 이 내 인생의 갈수록 가까워지는 저 끝 무덤을 느끼네.

다 그만 두어라! 이 몸이 이 세상에 몸 붙여 둘 날이 앞으로 몇 해나 되겠기에
남은 인생을 내 어찌 내 마음대로 자연의 죽고 삶에 맡기지 않겠는가
무엇 때문에 서둘러 이제 다시 무엇을 찾으러 어디를 가고자 하겠는가
부귀는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니요, 그렇다고 임금님 계신 서울이야 바라지도 않는 일
따뜻한 봄이 오면 혼자서 동산을 거닐기도 하고,

어느 때는 지팡이를 밭에 꽂고 김 매고 북도 돋우어 주어라
또 어느 때는 동녘 언덕에 올라 조용히 시를 읊어도 보고, 맑은 시냇가를 
따라 시를 지으며 세월 보내어라
조화의 수레를 타고서 이 생명 다하는  그대로 돌아가니
주어진 천명을 마음껏 즐길  ,

여기에 다시 무엇을 의심하고 주저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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